리코 GR4 후기 — 역대 최고의 GR, 그리고 역대 최고의 가격표

가격부터 짚고 갑니다

리코 GR4의 출시가는 1,499달러, 국내 기준 약 195만 원입니다. 전작 GR3의 출시가가 899달러였으니 67% 인상.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약 260달러 정도만 설명이 됩니다. 나머지 340달러는 순수한 가격 상승입니다.

그런데 이 가격에도 물건을 살 수가 없습니다. 발매 직후 서버가 다운되거나 몇 초 만에 품절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리코의 생산량 자체가 적습니다. 정가 구매는 사실상 추첨에 가깝습니다.


작은 개선들이 쌓여서 체감이 달라집니다

GR4에는 눈에 확 띄는 신기능이 없습니다. 센서, 렌즈, 손떨림 보정, 배터리, 조작계 — 각각 조금씩 나아졌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조금씩이 합산되면 결과가 다릅니다.

25.7MP BSI CMOS 센서. GR3 대비 미세 디테일과 마이크로 컨트라스트가 개선됐습니다. 7매 구성 신설계 렌즈. 건축물 촬영 시 주변부 해상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5축 6스톱 IBIS. GR3의 3축 4스톱에서 큰 폭으로 향상됐습니다. 야간 핸드헬드 촬영의 자유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배터리 1,800mAh. GR3는 항상 배터리 불안이 따라다녔습니다. GR4는 하루 촬영 기준으로 여유가 생겼습니다. 배터리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첫 번째 GR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조작계는 GR2 스타일로 회귀했습니다. GR3의 로터리 다이얼은 고장률이 높았습니다. GR4는 단단한 물리 버튼과 +/- 노출 보정 로커로 돌아갔습니다. 모드 다이얼에 Snap Distance Priority 모드가 추가돼 프리포커스 → 셔터 워크플로가 더 빨라졌습니다. 스트리트 촬영에 최적화된 설계입니다.


JPEG 색감, 이건 여전히 대체 불가입니다

GR 시리즈를 쓰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은 JPEG 색감에 있습니다.

Positive Film 프리셋과 신규 추가된 Cinematon 프리셋. 이 색감을 다른 카메라의 커스텀 LUT으로 재현하려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RAW 후보정 없이 JPEG 한 장으로 완결되는 사진을 원하는 사람에게 GR의 색감은 여전히 독보적입니다.

내장 스토리지가 2GB에서 53GB로 대폭 늘었습니다. SD 카드 없이도 상당량의 촬영이 가능합니다. 다만 카드 슬롯이 SD에서 microSD로 바뀌었습니다. 분실 위험이 높고 교체가 번거롭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AF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약점입니다

GR4의 오토포커스는 하이브리드 위상차 + 콘트라스트 AF 방식입니다. GR3의 콘트라스트 전용 AF 대비 속도와 정확도 모두 향상됐습니다. 주간 촬영 시 아이 디텍션도 작동합니다.

여기까지는 긍정적입니다. 문제는 연속 AF 추적입니다.

후지필름 X100VI나 최신 미러리스 시스템과 비교하면 격차가 큽니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가는 능력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실내 저조도 환경에서 AF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 “GR은 원래 스냅 포커스로 쓰는 카메라다. AF 속도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 “195만 원짜리 카메라에서 현대적인 AF를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GR의 촬영 철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서 이 카메라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빠진 것들이 분명합니다

기능GR4 지원 여부
방진방습미지원 (먼지 실링 개선은 있음)
틸트 스크린미지원
4K 영상미지원 (1080p/60fps)
내장 플래시미지원
EVF미지원

방진방습 미지원은 매번 나오는 지적입니다. GR 시리즈는 항상 휴대하는 카메라를 지향하면서도 먼지 유입 문제가 세대를 거듭해 반복되고 있습니다. GR4에서 렌즈 배럴 주변 실링과 센서 필터 정전기 방지 코팅이 추가됐지만, 장기적으로 먼지 문제가 해결됐는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영상은 1080p/60fps가 한계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 이건 상당히 아쉬운 스펙입니다. 영상 기록도 병행하려는 사용자에게는 선택지에서 빠지는 이유가 됩니다.

GR3x를 쓰던 사용자들이 기다리는 40mm 화각 버전(GR4x)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GR3 사용자의 업그레이드 판단

GR3에서 GR4로 넘어갈 이유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갈립니다.

화질 차이만 놓고 보면 GR3를 이미 쓰고 있는 사람이 GR4를 새로 살 만큼의 격차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IBIS, 조작감, AF 개선 — 이런 것들이 합쳐지면 촬영 경험 자체가 달라진다는 쪽도 있습니다.

결국 사진 한 장의 결과물이 아니라 촬영 과정의 쾌적함에 가치를 두는지에 따라 결론이 바뀝니다.


이 카메라가 맞는 조건, 맞지 않는 조건

262g. 주머니에 들어가는 APS-C 카메라는 GR4가 유일합니다. 스트리트 포토, 여행, 일상 스냅 — 주간 위주 촬영에서 이 카메라의 휴대성은 어떤 경쟁 제품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리코의 JPEG 색감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영상 촬영이 필요한 사람, 움직이는 피사체를 많이 찍는 사람, 실내 저조도 촬영이 주인 사람, 195만 원이라는 가격이 부담되는 사람.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GR4는 맞지 않습니다. X100VI가 훨씬 합리적인 대안입니다.

GR4는 한계를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최고의 카메라입니다. 그 한계가 불편한 사람에게는 195만 원짜리 불만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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