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키보드를 고민하는 이유
무접점 키보드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리얼포스와 해피해킹이 눈에 들어옵니다. 문제는 가격입니다. 리얼포스 R3가 40만 원, 해피해킹은 그 이상. 타건감 한 번 경험해보겠다고 선뜻 지르기엔 부담이 큽니다.
COX 엔데버 오리지널 레트로 PBT는 그 절반도 안 되는 13만 원대에 무접점 타건감을 제공합니다. 2022년 와디즈 펀딩에서 9,000% 넘는 달성률을 기록한 제품이고, 노써치 프리미엄픽에도 선정됐습니다. 가격 대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오는 키보드입니다.
다만 유선 전용이고, 케이블이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괜찮은지 아닌지가 구매 판단의 핵심입니다.
35g vs 50g, 먼저 정해야 합니다
이 키보드는 35g 모델과 50g 모델이 따로 판매됩니다. 가격은 동일합니다. 나중에 바꿀 수 없으니 처음에 잘 골라야 합니다.
35g은 손가락을 올려놓기만 해도 눌리는 수준입니다. 장시간 타이핑하는 작가, 프로그래머에게 피로도가 확 줄어드는 키압입니다. 대신 키를 누른 건지 안 누른 건지 구분이 희미합니다. “심심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50g은 기계식 적축 정도의 눌림감입니다. 체리 적축에서 넘어온 사용자라면 50g이 자연스럽습니다. 구분감이 좀 더 명확하고, 오타가 적다는 쪽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50g도 기계식 대비로는 가벼운 편이라 “생각보다 무겁다”는 반응은 거의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키압 | 어울리는 사용자 | 주의할 점 |
|---|---|---|
| 35g | 장시간 문서 작업, 손 피로도 민감, 가벼운 키감 선호 | 오타 빈도 증가 가능, 적응 기간 필요 |
| 50g | 기계식 전환자, 게이밍 겸용, 확실한 타건 피드백 선호 | 35g 대비 피로도 약간 높음 |
타건감 — “보글보글”이라는 표현이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이 키보드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보글보글”입니다. NIZ EC 정전용량 무접점 스위치 특유의 촉감인데, 기계식의 딸깍거림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키를 누르면 부드럽게 눌리면서 바닥에서 낮은 톤의 둔탁한 소리가 올라옵니다.
리얼포스의 토프레 스위치가 “도각도각” 날카롭게 떨어지는 느낌이라면, NIZ EC는 좀 더 뭉글뭉글하고 부드럽습니다. 이 차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아쉬워하는 사람이 갈립니다. 토프레의 선명한 촉각 피드백을 기대하면 NIZ EC가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손가락에 전달되는 충격이 적어 장시간 타이핑엔 NIZ EC 쪽이 편합니다.
COX 엔데버 레트로의 차별점은 공장 윤활입니다. 전체 키 실린더, 스태빌라이저, 코일 스프링에 윤활 처리가 되어 출하됩니다. 같은 NIZ EC 스위치를 쓰는 한성 GK898B 대비 서걱거리는 마찰음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스태빌라이저 소음이나 통울림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다만 완전히 매끄럽진 않습니다. NIZ EC 스위치 자체가 토프레보다 슬라이더 정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미세한 서걱임은 남아 있습니다. 이걸 없애려면 분해 후 슬라이더를 개별 윤활해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AS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소음 — 사무실에서 눈치 안 봐도 되는 수준
무접점 키보드를 사무용으로 고려하는 분이 많은 만큼, 소음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퀘이사존 비교 측정 기준으로 소음 순서는 바밀로 저소음 적축 > COX 엔데버(NIZ EC) > 일반 멤브레인 수준입니다. 저가형 멤브레인보다 조용합니다. 기계식 청축이나 갈축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정도입니다.
50g보다 35g이 소음이 더 작습니다. 키를 끝까지 내리치는 바텀아웃이 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사무실 환경이 특히 조용한 곳이라면 35g 쪽이 유리합니다.
키캡과 디자인 — 레트로라는 이름값
키캡은 PBT 재질, 체리 프로파일입니다. ABS 대비 번들거림이 생기지 않고 질감이 오래 유지됩니다. 이중사출 각인 방식이라 글자가 지워질 걱정도 없습니다.
색상은 웜 그레이와 베이지 투톤 한 가지뿐입니다. RGB LED를 완전히 제거한 모델이고, CapsLock과 ScrollLock에만 화이트 상태 표시등이 들어옵니다. 최근 키보드 시장에서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을 노린 디자인인데,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았을 때 시각적으로 튀지 않는다는 게 핵심입니다. 화려한 RGB를 원한다면 같은 시리즈의 RGB 모델(약 143,000원)이 있습니다.
체리 프로파일은 OEM 프로파일보다 키캡 높이가 낮습니다. 기존 COX 엔데버 RGB 모델이 OEM 프로파일이었던 것 대비 손목 부담이 줄었습니다. 그래도 키보드 자체 높이가 41mm로 낮은 편은 아니어서, 별도 팜레스트 사용을 권합니다. 장시간 사용 시 손목 피로를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이 키보드는 MX 호환 스템입니다. 리얼포스나 해피해킹의 토프레 스위치는 전용 키캡만 써야 하지만, COX 엔데버는 시중에 판매되는 체리 MX 호환 키캡을 전부 장착할 수 있습니다. 키캡 교체를 즐기는 사용자에게 큰 이점입니다.
유선 전용, 일체형 케이블 — 가장 큰 약점
솔직히 2026년에 유선 전용 키보드를 내놓는 건 아쉽습니다. 게다가 케이블이 분리되지 않는 일체형입니다. USB Type-A, 길이 180cm.
같은 가격대 한성 GK898B는 USB-C 분리형 + 블루투스를 지원합니다.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오가며 쓰는 사용자, 책상 위 케이블 정리에 민감한 사용자에게는 한성 쪽이 명백히 유리합니다.
반대로 사무실 데스크톱에 고정해서 쓰는 환경이라면 유선이 오히려 편합니다. 블루투스 끊김이나 배터리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케이블은 키보드 하단에 좌/중/우 3방향 홈이 있어 방향을 선택할 수 있고, 금도금 단자라 접촉 불량 걱정은 적습니다.
일체형 케이블을 Type-C 분리형으로 개조하는 방법도 존재하긴 합니다만, 분해가 필요하고 AS 보증이 사라집니다.
IP68 방수 — 이 가격대에서 유일한 스펙
IP68 등급은 완전 방진 + 수심 1m 이상 침수 방지 수준입니다. 이 가격대 무접점 키보드 중 IP68을 지원하는 제품은 COX 엔데버뿐입니다.
실사용에서의 의미는 간단합니다. 커피를 쏟으면 수도꼭지 아래에서 물로 씻어낸 뒤 말리면 됩니다. 사무실에서 음료를 자주 마시는 환경이라면 심리적 안정감이 상당합니다. 리얼포스에 커피를 쏟았을 때의 공포감을 생각하면, 13만 원짜리 방수 키보드가 주는 안심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습니다.
한성 GK898B와의 비교
가장 많이 비교되는 제품입니다. 둘 다 NIZ EC 스위치를 사용하고, 가격대도 비슷합니다. 차이점을 정리합니다.
| 항목 | COX 엔데버 레트로 | 한성 GK898B |
|---|---|---|
| 스위치 | NIZ EC (공장 윤활) | NIZ EC (미윤활) |
| 연결 | USB 유선 전용 (일체형) | USB-C + 블루투스 5.0 |
| 방수 | IP68 | 미지원 |
| 키캡 | PBT 이중사출, 체리 프로파일 | PBT 이중사출, OEM 프로파일 |
| 가격 | 133,000원 | 130,000~150,000원 |
| 디자인 | 레트로 투톤 | 화이트/블랙 단색 |
타건감 차이도 있습니다. COX 쪽이 키 구분감이 좀 더 또렷하고, 한성 쪽은 더 매끈하고 미끄러지는 느낌입니다. 윤활 차이에서 오는 체감입니다.
무선이 필요하면 한성, 방수와 타건 완성도를 원하면 COX. 판단 기준은 이 한 줄로 정리됩니다.
구매 채널별 가격
2026년 3월 기준, 35g과 50g 모델 가격은 동일합니다.
| 구매처 | 가격 | 특이사항 |
|---|---|---|
| 다나와 최저가 | 133,000원 | 일부 판매처 배송비 별도 |
| 쿠팡 | 133,000원 | 로켓배송 무료배송 |
| 네이버쇼핑 | 133,000원 | N+멤버십 적용 시 약 126,350원 |
| G마켓/옥션 | 133,000~140,000원 | 장패드 증정 이벤트 |
| 롯데하이마트 | 133,000원 | 카드할인 최대 적용 시 약 119,700원 |
| 무신사 | 138,000원 | — |
네이버 N+멤버십이나 롯데하이마트 카드할인을 활용하면 12만 원대 초반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장패드가 필요하다면 G마켓 번들도 괜찮은 선택입니다.
기본 스펙 정리
| 항목 | 내용 |
|---|---|
| 정식 제품명 | COX 엔데버 오리지널 레트로 PBT 무접점 텐키리스 |
| 스위치 | NIZ EC 정전용량 무접점 (35g / 50g 선택) |
| 배열 | 텐키리스(TKL) 87키 |
| 키캡 | PBT 이중사출, 체리 프로파일 |
| 연결 | USB Type-A 유선 (일체형 180cm) |
| 방수 | IP68 |
| 폴링레이트 | 1,000Hz |
| 동시입력 | NKRO (무한 동시입력) |
| 스트로크 전환 | Fn+F9 (2.2mm ↔ 1.4mm) |
| 크기 / 무게 | 367×138×41mm / 약 1,100g |
| 보증 | 1년 |
| 구성품 | 키보드, 키캡 리무버, 청소 브러쉬, 키보드 덮개 |
풀사이즈가 필요하면 자매 모델인 COX 엠프리스 오리지널 레트로 PBT(108키, 약 165,000원)가 있습니다.
이 키보드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
13만 원대에 무접점 타건감을 경험하고 싶은 사용자에게 COX 엔데버 레트로는 현재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입니다. 사무실 고정 데스크에서 장시간 타이핑하는 직장인, 작가, 프로그래머라면 유선이라는 제약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IP68 방수는 이 가격대에서 유일하고, 공장 윤활 품질은 동급 제품 중 가장 낫습니다.
맞지 않는 경우도 분명합니다.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오가며 무선으로 연결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한성 GK898B가 맞습니다. 일체형 케이블이 감수할 수 없는 불편이라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토프레 스위치 고유의 날카로운 촉각 피드백을 원하는 분에게는 NIZ EC의 부드러운 키감이 성에 차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건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스위치 구조의 차이입니다.
보증 기간이 1년으로 짧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무접점 스위치 자체는 물리적 접점이 없어 반영구적 수명이지만, 기판이나 케이블 문제가 생기면 1년 이후엔 유상 수리입니다.
리얼포스에 40만 원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리얼포스를 사면 됩니다. 하지만 그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무접점 타건감의 90%를 가져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키보드가 가장 설득력 있는 답입니다.